상실에서 희망으로
독일 작가 주자 방크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. 바로 2018년 S. Fischer Verlag에서 출간된 『크리스마스의 집』(Weihnachtshaus)이다.
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‘상실’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긴 사람들이 모여 쓰러져 가는 집을 완성하면서 그려내는 잔잔한 위로의 이야기이다. 상실과 희망 가운데 있는 인물들의 양가감정 묘사와 함께 아름답지만 쓸쓸하기도 한 겨울 풍경 묘사가 인상적이다.
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 상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듯, 우리는 누구나 상실을 경험한다. 상실은 모든 것이 정돈된 일상을 망가뜨려 불안과 슬픔으로 가득 찬 삶으로 바꾸어 놓는다. 상실로 인해 분노하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.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삶은 계속되기에,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희망을 꿈꾸게 된다.
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지금, 저마다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잔잔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.
책 속으로
* 모든 것이 정돈된 삶, 흔들리지 않는 터전 위를 걸어가는 듯한 평온한 삶 위에 부는 바람이었다. _7쪽
* “지나갈 거야. 나를 믿어. 다 지나갈 거야.” _9쪽
* 눈부시게 밝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그날, 릴리는 숲의 가장자리에서 멀지 않고, 밤나무에서 멀지 않은 과수원 뒤편에서 그 집을 발견했다. 무너질 것 같은 그 집에는 삐뚤어진 간판이 못으로 아슬아슬하게 고정되어 있었고, 두꺼운 매직펜으로 쓴 것 같은 전화번호가 적힌 합판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. _46쪽
* 그 이후로 우리는 그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꿈을 꾸었다. _48쪽
* 나의 하루하루는 하나의 삶을 낳는다.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빚어낸다. _133쪽
1965년생인 주자 방크는 그녀의 부모가 1956년 헝가리 혁명 이후 독일로 이주하면서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다. 그녀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 마인츠와 워싱턴 D.C.에서 저널리즘, 정치학, 문학을 공부했다. 현재 그녀는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작가로 살고 있다. 첫 소설 『헤엄치는 남자』(Der Schwimmer)로 아스펙테 문학상, 독일 도서상, 위르겐-폰토상, 마라-카센상, 아델베르트-폰-샤미소상을 수상했으며, 『그 화창한 날들』(Die hellen Tage), 『우리는 이따가 잘 거야』(Schlafen werden wir später) 등 많은 소설을 출간했다.